나만의 육아 노하우’ 과연 옳을까?

엄마가 일할 동안 노래를 틀어줘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엄마는 육아에 반 전문가가 된다. 그러다 보니 엄마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하니 효과가 있더라’는 카더라식의 육아 방식이 잘 알려져 있다. 엄마들이 효과를 보았다는 육아 방식들은 아이에게 과연 효과적일까? 전문가의 도움으로 검증을 받고 육아 고민도 풀어보았다.   

글_ 윤수정 기자

취재에 도움 주신 분_ 김태훈 소아신경정신과 원장,


case 01 “엄마가 일할 동안 노래를 틀어줘요”

박영미 씨는 얼마 전 돌잔치를 마친 딸(이지선)을 둔 직장맘이다. 영미 씨가 직장에 근무하는 동안은 함께 살고 있는 시어머니께서 아이를 봐주신다. 지선이는 성격이 활달하고 비교적 혼자서도 잘 노는 편인데, 아이를 돌봐주시는 시어머니는 평소 집안일을 하실 때 전신 거울이 있는 방에 동요를 틀어주어 아이가 혼자서 춤을 추며 놀게 하신다고 한다. 영미 씨도 주말에 집안일을 할 때 같은 방법을 쓰는데 아이가 거울을 보고 춤을 추며 노는 시간이 제법 길어서 꽤 유용하다고 한다.


전문가 점검 “혼자 노는 시간은 30분 이하가 좋습니다”

생후 14개월의 아이인 경우, 아직은 세상의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하기만 한 시기입니다. 자아가 발달하는 초기 과정을 거치고 있는 시기로서, 이때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물체들의 모양과 물체가 다양하게 움직이는 모양을 보이는 것 자체를 신기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빤히 들여다보거나 얼굴이나 머리카락을 만져보고 잡아당겨보기도 하는데, 이러한 행동들은 아이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탐색 과정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탐색 과정을 보내고 있는 지선이에게는 거울을 보며 춤을 추는 것이 매우 재미있는 놀이입니다. 자신이 음악에 맞춰 팔을 움직이면 거울 속의 아이도 팔을 움직이고, 다리를 들면 거울 속에서도 다리를 드는 모습이 아이에게는 매우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일들은 아이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놀이의 하나이기 때문에, 할머니나 어머니가 청소하는 30분 정도는 혼자 춤추며 놀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아이 혼자 너무 오랫동안 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데, 아이가 혼자 놀다 보면 언어적 자극이 거의 없어 언어 발달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아이가 춤추면서 놀더라도 옆에서 누군가가 손뼉을 쳐주며 말을 걸어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case 02 “항상 뛰어다니면서 놀아요”

활달하고 활동적인 성격의 지선이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도 가만히 한자리에 앉아서 노는 법이 없이 항상 장난감을 들고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아플 때조차 여전히 뛰어다니면서 활달하게 잘 놀기 때문에 겉으로 봐서는 아이의 몸이 아픈지 알기 어려울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선이가 아파도 엄마나 할머니가 전혀 눈치 채지 못하다가 이마를 짚어보고서야 열이 나는 것을 알거나 기침을 하는 등의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야 아이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요즘 영미 씨는 지선이가 지나치게 활동적인 것은 아닌가 싶어 은근히 걱정스럽기까지 하다고.


전문가 점검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일 뿐입니다”

엄마들은 보통 아이가 활달하게 잘 뛰어노는 것을 보면 매우 흡족해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활달함이 너무 과할 경우인데, 혹시 ADHD와 같은 과잉행동 장애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기도 합니다. 과잉행동의 성향을 가진 아이의 특징은 일어서자마자 걷기도 전에 뛰려고 한다든지, 한시도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산만한 행동을 보입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도 던진다거나 부러뜨리는 행동을 자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선이의 경우에는 하루 종일 뛰어다니면서 장난감을 여러 개 가지고 노는 것은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에 활달한 성격으로 인해 나타나는 특징적인 행동으로 보입니다. 이때의 아이들 대부분이 호기심이  왕성한 나이지만, 아이의 성격이 활달한 경우에는 이것이 겉으로 더욱 강하게 나타나기도 하므로 별로 문제될 것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아플 때도 축 늘어지거나 기운이 없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아픈 증상 없이 잘 노는 것도 아이의 활발하고 활동적인 성격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선이 또래의 아이들은 자신이 아프더라도 아프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기 어려우며, 이를 주관적으로 호소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엄마는 항상 아이의 상태를 세세하게 관찰하고 살펴 아이의 건강한지, 아픈 곳은 없는지 체크해줘야 합니다.


case 03 “무엇이든 보기만 하면 입에 넣어요”

영미 씨의 또 다른 고민은 바로 지선이가 뭐든 보기만 하면 입에 넣는다는 것이다.  천이나 플라스틱 소재의 장난감은 물론이고, 어떤 물건이든 일단 손으로 집으면 바로 입으로 가져가서 오물거리거나 빤다. 이제는 그럴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하는 영미 씨는 그럴 때마다 아이를 야단치거나 타이르지만 지선이는 고집스레 말을 잘 듣지 않는다. 특히 몸이 아프거나 피곤할 때는 이러한 증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데, 이때는 유독 무언가를 빨려고 하기 때문에 지선이를 돌보는 할머니는 아예 공갈젖꼭지를 물려준다고 한다. 또래 아이들은 그런 증상이 거의 없어졌다는데, 지선이는 손에 닿는 모든 물건을 입에 넣는 행동이 아직까지 유독 심하게 남아 있어서 영미 씨는 걱정이다.


전문가 점검 “충분히 먹고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아이들이 모든 물건을 만져보고 입에 넣어보는 것은 ‘이것은 무엇인가?’ 하는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행동으로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 심한 경우에는 아이가 먹는 것이 충분하지는 않는지, 제대로 잘 먹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먹는 것이 충분하지 않으면 주변에 손에 닿는 것을 모두 입에 넣으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유기의 아이라면 아이가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이유식을 만들어주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먹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이러한 행동이 계속 나타나는 경우에는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지는 않은지, 주변에 놀아줄 대상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혼자 노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이 이러한 성향을 보일 수 있는데, 이때는 무조건 이러한 행동을 금하거나 제지하기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다른 장난감을 사준다거나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등 다른 쪽으로 관심을 유도해야 합니다.



< 출처 : 김 태훈 소아정신과 의사 > 

+ Recent posts